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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 "민생법안은 진영논리에 빠져선 안돼"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9 17:15

수정 2017.01.09 17:16

'개혁입법'대비 선제적 대응.. 국가 정책연구에 투자 부족
국회 스스로도 전문성 키워야
[인터뷰]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 "민생법안은 진영논리에 빠져선 안돼"

국회 입법조사처는 입법부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국회의원의 정책 활동을 다각도로 분석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의 정책개발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난해 12월 29일 제6대 국회 입법조사처장이 새로 임명됐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할 싱크탱크가 새로운 수장 아래 꾸려지게 됐다.

이내영 신임 입법조사처장(사진)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15년간 재직했다. 정치학자로서 언론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입법조사처장실에서 만난 이 처장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신임 입법조사처장으로 임명된 지 1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학교에 있으면서 늘 의회의 역할을 고민해 왔고, 그것을 현장에서 실현시켜 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처장의 경력은 학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장과 국회의장 산하 선거제도개혁자문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동아시아연구원 정치사회여론조사센터와 세종연구소 등 기관에서의 다양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정치학자이지만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간 발표해 온 논문도 그 범위가 넓다.

이 처장은 "학문을 위한 연구가 아닌 현실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왔다"면서 "입법조사처는 16개 상임위에 해당하는 전문가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을 이해하고 균형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임 처장으로 부임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로는 '개혁입법'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꼽았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회 적폐를 청산하는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의식한 대응이다.

특히 민생법안 발의보다 '정치 싸움'에 매몰돼 있는 최근 국회 현실을 감안할 때 이념에 상관없이 중립성을 가지고 선택지를 제시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개혁입법과 관련한 문의가 벌써부터 의원실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회가 민생법안을 논하는 데 있어 진영논리에 빠져 모든 사안을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가장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환경, 노동, 벤처.스타트업 지원 등의 사회 트렌드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국회입법조사처에 편성된 예산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입법조사처에 편성된 1년 예산은 약 150억원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 연구비는 30억원 남짓이다. 국가예산이 300조원을 넘는데 나라 정책을 연구하는 중요한 일에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치 불신이 크다 보니 국회의 인력과 조직이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책과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국회가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미국 국회처럼 국회뿐 아니라 정당에서도 전문가들이 많이 영입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처장은 국회의 전문성이 확대돼 상임위별로 전문적인 토론을 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마찰을 입법조사처 등의 싱크탱크가 조율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중요한 법안이 입장 차이 때문에 몇 년씩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회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는 데 입법조사처의 기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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